‘1번타자 본능’ 김하성, 11호포-2루타 펑펑, 올해는 골든글러브 끼나?
리드오프 나서면 출루율-장타율 쑥 / 샌디에이고는 연장 끝 역전패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28·사진)을 1번 타자로 내세운다면 상대 선발 투수는 잔뜩 긴장한 채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공포의 1번 타자’가 어떤 존재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17일 필라델피아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에서도 1번 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잭 휠러(33)에게 선두 타자 홈런(시즌 11호)을 빼앗았다.
김하성은 이날까지 이번 시즌 총 20경기에 1번 타자로 출전해 1회 첫 타석에서 OPS(출루율+장타율) 1.156을 남겼다. 김하성의 넥센(현 키움) 선배인 박병호(37·KT)가 2015년 홈런왕(53개)을 차지할 때 남긴 OPS가 1.150이다. 이닝 선두 타자로 나섰을 때 OPS도 0.900으로 시즌 전체 기록(0.769)보다 높다.
최근 11경기 연속으로 김하성을 1번 타순에 기용하고 있는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62)은 “김하성을 1번 타자 자리에 올릴 때 그가 공을 좀 더 잘 치는 것 같고, 우리 팀 타자들의 타격 기회도 더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김하성의 타석이 한 번이라도 더 많이 오길 바라고 있다”며 “김하성은 우리 팀에서 1번 타자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평했다.
김하성은 이날 3-5로 끌려가던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왼쪽 담장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려내며 5-5 동점의 발판을 만들었다. 김하성이 이번 시즌 한 경기에서 2안타 이상을 때린 건 이번이 18번째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는 12회 연장 접전 끝에 필라델피아에 6-7로 역전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8)은 빅리그 진출 전인 2020년 KBO리그에서 타율 0.306, 30홈런 109타점 23도루를 기록하며 리그를 초토화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 투수들이 모두 모인 MLB에선 김하성의 타격은 아쉽다. 진출 첫해인 2021시즌엔 타율 0.202 8홈런 34타점 6도루로 낙제점에 가까웠다. 2년 차였던 지난해 타율 0.251, 11홈런 59타점 12도루로 다소 나아졌던 김하성은 3년 차인 올 시즌 18일까지 타율 0.262, 11홈런 33타점 17도루로 20-20 클럽 가입을 바라볼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김하성의 진가는 타격이 아닌 수비다. 평범한 타격으로도 리그 특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고 있다. 현대야구에서 선수의 가치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스탯으로 자리잡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에서 김하성은 18일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4.3으로 팀 내 1위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 5위에 올라 있다.
2루수(62경기)로 주로 나서면서 팀 사정에 따라 3루수(18경기), 유격수(13경기)로도 출전하고 있지만, 김하성의 수비 는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다. 관심은 지난 시즌 아쉽게 수상에 실패했던 골든글러브 수상 여부에 쏠린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올랐지만,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에 밀렸다.
올해는 다르다.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는 물론 양대 리그 통틀어 최고의 수비수 한 명에게 주어지는 플래티넘 글러브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지 매체 ‘이스트 타임스 빌리지’는 최근 기사를 통해 “김하성은 골드글러브를 쉽게 수상할 수 있는 속도로 달리고 있고, 플래티넘 글러브를 놓고 경쟁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